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전기차 시장 내 경쟁력 약화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 인근에 현재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생산 공장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의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자동차 및 부품업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들어 조지아 전기차 공장 가동 시기를 기존 계획한 2025년 상반기에서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앞당긴 2024년 상반기 중으로 전환하는 것을 강력히 검토하고 있다. 이는 IRA 시행 이후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지 정책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 모델들이 미국 시장 내 타격을 입고 있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내 생산 거점의 조기가동을 다양한 각도로 면밀히 분석 중이며, 아직 완벽하게 확정된 일정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보고 지속적인 전담반을 꾸려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IRA 대응 핵심 거점 될 ‘조지아 공장’ 조기 가동 시 북미 경쟁력 즉각 회복 가능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행을 시작한 IRA 법안에 따라,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다만,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은 북미 현지에서 최종 조립된 차로만 한정되며 배터리 광물이나 소재까지 일정 요건의 원산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북미 기반 전기차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은 전량 한국과 일부 유럽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바람에 IRA 시행 이후 현지 가격 경쟁력과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3사분기만 하더라도 테슬라와 GM에 이어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3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IRA 이후 북미 경쟁사들의 약진 속에 올해는 판매 실적 회복 전략 수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HMGMA’ 공장이 빠르게 가동 시기를 앞당길 경우, 회사 측의 IRA 대응 및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회복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HMGMA 조지아 공장은 최종 완공될 경우 연간 최대 30만대 생산 캐파를 갖춘 초대형 생산 시설로, 현대차 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전진 기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내부 전담 조직 가동, 배터리 현지 공급망 구축에도 박차 가해
현대차그룹은 공장 조기 완공을 위해 현지 건설업체 및 협력사들과 협력해 적극적인 속도전에 돌입한 상태다. 최근 현대차 경영진 역시 미국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며 현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현지 정부 및 연방 정부 차원의 인프라 지원과 중소 협력업체의 공장 조기 준공 등 현지 공급망 최적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행정 지원을 요청하고 적극적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배터리 생산과 공급에서도 IRA 대응을 위한 적극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조지아 인근에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과 함께 건설 중인 배터리 공동 합작법인(JV) 공장의 가동 시기도 당초보다 앞당길 계획이며, 현지에서 배터리 원재료 수급 및 공급 라인 다변화를 통해 IRA 내 원산지 기준 충족과 북미 현지화율을 빠르게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자동차 관련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IRA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다시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결국 북미 현지 생산과 배터리의 미국 현지화가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며 “현대차의 적극적인 조기 가동 움직임이 IRA 환경에서 판매 감소 위험을 제거하고 다시 점유율 상승으로 반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에게도 기회될 듯
현대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 조기 가동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관련 자동차 부품 업계의 미국 진출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전장 부품 등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고부가가치 부품의 비율이 커, 국내 부품 협력기업들의 미국 현지 공장 설립 및 수출 확대, 현지 공장 연계 매출 증대 등 상당한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북미산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면 국내 협력업체들도 자연스럽게 미국 현지로 진출하거나 수출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며 “부품 기업 입장에서는 북미 진출로 매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내외부적으로 시기 축소 검토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일정 등 세부사항이 최종 확정되면 공개할 예정”이라면서도 “미국 시장에서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전략을 지속해서 수립하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IRA 대응을 위한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공장 가동 시기 단축 움직임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본격적인 도약을 가져올 수 있을지 국내외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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