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30대 83% “보험료 인상 부정적”…50대 이상과 뚜렷한 대조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매달 월급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가 빠져나갈 때마다 허탈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 내는 돈을 나중에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개인연금을 들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특히 청년층에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국민연금 현안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7%로 ‘신뢰한다’는 응답(44.3%)보다 11.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국민연금
유튜브 채널 ‘KBS News’ 영상

세대별 신뢰도 격차 뚜렷

특히 세대별 격차가 심각했다. 20대는 69.2%, 30대는 74.7%가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평균인 55.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40대 역시 57.4%가 불신한다고 응답해 젊은 세대일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50대는 55.8%, 60대 이상은 62.9%가 국민연금을 ‘신뢰한다’고 답해 연금 수급이 가까워지거나 이미 받고 있는 세대와 먼 미래에 받을 청년 세대의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보험료 인상에 청년층 강력 반발

내년부터 시행되는 보험료율 인상(현행 9%에서 2033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인상해 13%까지 상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3.4%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20대(83.0%)와 30대(82.8%)는 10명 중 8명 이상이 부정적으로 응답해 가장 높은 반대율을 보였다.

40대와 50대의 부정적 응답은 각각 74.5%, 74.3%로 평균 수준이었고, 60세 이상은 52.2%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향후 30년 이상 국민연금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20~30대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유튜브 채널 ‘KBS News’ 영상

“더 내고 못 받는다” 불안 팽배

청년 세대의 불신은 ‘더 내고 못 받는다’는 구조적 불안에서 비롯된다.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젊은 세대들은 “내가 받을 때는 기금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40%→43%)으로 인한 기금 재정 악화를 우려한다는 응답도 82.5%에 달했다. 재정 안정화 장치가 빠진 채 연금급여 수준만 높인 모수개혁으로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보험료 부담 “너무 크다” 70%

현재 소득 대비 연금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응답도 69.7%로 집계됐다. 특히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30대에서 80.6%로 부담감이 가장 높았고, 40대 73.5%, 20대 72.5% 순이었다.

흥미롭게도 보험료 절반을 사용자가 분담하는 사업장가입자(72.9%)가 전액을 홀로 부담하는 지역가입자(62.2%)보다 부담을 더 크게 느꼈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1인당 월평균 보험료가 사업장가입자 30만6985원, 지역가입자 7만9886원으로 실제 부담액 차이가 약 4배에 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개혁 우선순위도 달라

정부가 지향해야 할 국민연금 제도 개선의 최우선 원칙에 대해서도 세대별 인식 차이가 뚜렷했다. 전체 응답자의 30.7%는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꼽았고, ‘세대 간 공정성 확보'(27.6%), ‘충분한 노후소득 보장'(18.4%)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대와 30대는 ‘세대 간 공정성 확보’를 각각 36.8%, 32.3%로 가장 많이 꼽은 반면, 40대 이상은 ‘재정 지속가능성 제고’를 우선 과제로 인식했다. 청년 세대가 현 제도를 세대 간 불공평한 구조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 전광판

전문가 “신뢰 회복이 개혁의 전제”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연금개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소득대체율 인상보다 ‘낸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고용복지학회가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도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7.4%에 불과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2.9%로 더 높게 나타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 위기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 세대의 국민연금 불신이 깊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연금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연금개혁청년행동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20~30대의 47%가 국민연금 폐지에 찬성했고, 61%는 국민연금 제도가 ‘사기 같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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