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전자’ 왔다…삼성전자 주가 사상최고가 경신, AI 반도체가 이끈 대반등

장중 116,900원 돌파, 시총 690조원 육박

2025년 12월26일 오후 삼성전자 주식현황
2025년 12월26일 오후 삼성전자 주식현황

“11만전자”를 넘어 “12만전자” 시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12월 26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116,900원을 돌파하며 상장 이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오후 2시 기준 116,400원에 거래되며 전일 종가 111,100원 대비 5,300원(4.77%) 급등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689조원을 돌파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견고히 지켰다. 거래대금은 3조 2,083억원에 달하며 활발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지면서 올해 들어 가장 뚜렷한 연말 랠리가 형성되고 있다.

11월 초 주가 11만원을 처음 돌파한 삼성전자는 불과 2개월 만에 6,900원 가량 더 상승하며 단숨에 11만원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갔다. 52주 최저가였던 50,800원에서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산타랠리와 마이크론 훈풍,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

이번 주가 급등은 여러 호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먼저 미국 증시의 ‘산타랠리’가 글로벌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크리스마스이브 단축장에서 S&P500과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하며 연말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를 조성했다.

여기에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주가 강세가 더해졌다. 12월 24일(현지시간) 마이크론 주가는 3.76% 오른 286.68달러로 마감했다.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D램·낸드 공급 제한이 상승 배경으로 꼽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국내 증권가도 일제히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하며 내년 영업이익이 133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은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KB증권은 1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HBM 시장 재진입 성공, ‘메모리 슈퍼사이클’ 본격화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반등이다. 한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려 고전했던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을 제치고 업계 2위를 탈환했다. 올 3분기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22%로, 전 분기 대비 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차세대 HBM4 개발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최근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에 탑재될 HBM4 품질 테스트에서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초로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한 HBM4는 이미 주요 고객사에 샘플이 전달됐으며, 내년 1분기 중 엔비디아와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5세대)와 HBM4(6세대)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AMD의 ‘인스팅트 MI400’ 시리즈에도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오픈AI가 이끄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도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공급을 맡게 됐다.

2026년 영업익 100조원 돌파 전망, 시장 지배력 확대

증권가는 2026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역사상 유례없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은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107조 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공급 부족 현상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KB증권은 D램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지고, HBM은 2026년 공급 물량까지 이미 계약이 완료돼 매진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4분기 고객사들의 D램 수요 충족률은 60%에 그쳤으며, 특히 서버용 D램의 수요 충족률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51조원에서 2028년 약 147조원으로 확대되어 연평균 40%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2026년 HBM 매출 비율이 HBM4 55%, HBM3E 45% 수준으로 재편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HBM4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용 D램 가격 급등, 공급자 우위 시장 형성

HBM만이 아니다. 범용 D램 시장에서도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이 높은 HBM 생산에 클린룸과 장비를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D램 생산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4분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범용 D램 가격은 4분기에 30~40% 상승했고, 서버용 D램 가격도 전 분기 대비 40~60%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대만 반도체 설계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객에게 D램 용량을 선별해 배분하고 있으며, 고객사들은 할당받은 물량에 감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평택·용인 대규모 투자로 생산능력 확대

삼성전자는 공급 부족 해소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평택사업장 P4(4공장) 증설과 함께 P5(5공장) 준공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긴 2027년 5월로 조정했다. D램 생산능력은 월 70만 장으로 확대됐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에는 360조원을 투자해 2031년까지 총 6개의 팹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AI 서버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리스크 요인도 상존…”실적으로 증명해야”

과거 삼성이 제작한 HBM3E 반도체 모습
과거 삼성이 제작한 HBM3E 반도체 모습

화려한 전망 뒤에도 그림자는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24배에 근접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지적하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다. 동일업종 PER 16.67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전망이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 회복이 아닌, 단순한 시장 공급 부족에 기댄 성과라는 냉정한 분석도 내놓는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여전히 수율 문제로 고전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기술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USC 데이터 과학 교수 게오르기오스 페트로풀로스는 “2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HBM4 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10년 삼성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삼성전자의 2026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AI 시대의 본격화와 함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4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되찾고, 실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2026년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추천기사

1. 삼성전자, 차세대 AI 메모리 ‘HBM4’로 엔비디아·MS와 손잡는다
2. 차 문만 닫아줬을 뿐인데 건당 3만원, 자율주행이 만든 새로운 일자리
3. AI 아니죠?…마동석+지드래곤 크리스마스 회동
4. “고통 없이 인간은 진화 못한다” 이재용 아들 이지호 좌우명
5. 일론 머스크 재산 1,123,500,000,0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