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황석희가 고인이 된 배우 김새론에 대해 남긴 추모 글이 화제다.

황석희는 17일 인스타그램에 “여지를 줘야한다”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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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 인스타그램

다음은 황석희 글 전문이다. 

타인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오히려 나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나와 관계도 없는 타인의 모습은 쉽게 평가하면서 정작 나의 모습이 어떤지 진지하게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진지하게 나를 들여다보면 매번 손과 입을 쉽게 놀리는 악플러 따위가 되어 있는 모습에 크게 놀랄지도 모른다.

’여지‘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남은 땅‘이다.

누굴 욕하든 궁지에 몰든 몰아붙이든 그 사람이 숨이라도 한번 크게 쉬도록 그의 남은 땅은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고 까치발로라도 서 있을 수 있도록 한 뼘이나마 남은 땅을, 여지를 줘야 한다.

그때마다 배려나 자비 같은 시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도덕적이고 선한, 너그러운 존재가 아니다. 그저 이렇게 타인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은 결국 나의 존엄을 훼손하는 짓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마치 ’나는 후진 사람이오‘라는 정체성 선언 같은.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될 자신도,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하지만 적어도 후진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온라인 세상에선 남은 땅이, 대안이, 옵션이, 여지가 남지 않을 때까지 타인을 몰아세우는 게 당연한 것이 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때다 하고 타인의 잘잘못을 집요하게 욕할 정도로 한가한 세상이 아니잖나. 어쩌면 그렇게 한가한 세상이 아니기에 나도 모르게 틈이 날 때마다 이런 몰이사냥을 레저처럼 즐기려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죄책감이 들거든 사과에 그치면 된다. 사과에 변명이나 이유를 달지 말고. 자존심에 끝내 사과를 못 하는 것도 후지지만 자존심을 잔뜩 묻힌 사과는 더 볼품없다.

김새론 씨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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