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호셀린 차모로(28)는 최근 주유소에서 눈에 띈 인형을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중국 완구기업 팝마트의 대표작 ‘라부부(Labubu)’가 아니라, 소위 ‘라푸푸’라 불리는 모조품이었다. 그는 “30달러짜리 인형을 위해 밤새 줄을 서거나 리셀러에게 100달러를 줄 필요가 없다”며 “짝퉁이어도 충분히 귀엽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라부부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피규어 가운데 하나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668% 늘었고, 미주 지역 매출만 1000% 이상 폭증했다. 본사인 베이징 팝마트는 올 매출이 300억 위안(약 5조8천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며 전 세계 신규 매장 50곳을 열었다.
열풍의 원인은 간단하다. 희소성 있는 캐릭터, 도박에 가까운 랜덤박스 구조, 20~40달러의 접근성 좋은 가격, 그리고 스타들의 소장 인증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급속한 인기는 빠른 퇴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골칫거리는 모조품이다. 정품 못지않은 완성도로 SNS에서 오히려 ‘괴짜스럽다’는 개성을 인정받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뉴저지의 카산드라 해리슨(32)은 “라푸푸가 오히려 더 독특하다”며 친구들과 ‘짝퉁 컬렉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진품과 가짜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은 브랜드 충성도 부재로 직결된다.

투자자들도 우려한다. 모닝스타 제프 장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산리오 같은 글로벌 리더와 달리 팝마트는 자사 IP가 장기간 수익을 낼 것이란 신뢰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팝마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세븐일레븐을 상대로 가짜 라부부 판매 소송을 제기했고, 중국 세관도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2021년 전 세계 위조 상품의 45%를 차지한 위조 대국이다. 그럼에도 자국 기업이 ‘IP 보호’를 외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CNN은 “사실상 모든 유명 브랜드의 가짜를 찍어내던 중국이 이제는 지식재산권을 붙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건은 희소성과 확장성의 균형이다. 생산을 늘려 모조품을 견제할 경우 매력 요소인 ‘레어함’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널리스트들은 팝마트의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다. 장 애널리스트는 “2034년 매출의 70%가 중국 외 지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케팅업체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는 “팝마트는 틱톡 기반 소비문화에 최적화된 브랜드”라며 “알고리즘 덕분에 홍보비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팝마트 주가는 지난 1년간 590% 급등했다.
차모로는 “1년 뒤에도 라부부가 지금처럼 인기일지는 모르겠다”며 “아마도 잠깐의 유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열풍이 끝날지, 새로운 장난감 산업의 패러다임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추천기사1.슈-임효성, 현재 이혼 아닌 별거 중 “합의 안 돼, 붙어있는 것”
2.기본적인 한자도 틀린 ‘폭군의 셰프’…대망신
3.린·이수 결혼 11년 만에 파경…귀책 사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