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와 감금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과거 겪었던 납치 위기 경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 전 감독은 지난해 3월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 “아내와 함께 납치될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는 “베트남 독립기념일에 3박 4일 휴가를 받아 아내와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왔다. 베트남 공항에 밤 11시에 도착했는데 택시가 없어 두리번거리던 중 한 젊은이가 다가와 손짓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택시에 타자마자 음악 소리가 이상했고, 기사가 내 지갑을 힐끗거리며 한국 돈과 베트남 돈을 바꾸자고 하더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며 “우리 집 가는 길을 내가 아는데, 갑자기 차가 산길로 빠졌다. ‘왜 이리로 가냐’고 하자 ‘오피스에 간다’며 계속 비포장도로를 달렸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차가 공터에 멈췄을 때 끌려온 줄 알았다”며 “그곳에 10명 정도가 앉아 있었고, 혹시 나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내렸다. 그때 누군가 ‘미스터 박? 박항서?’라고 하더라. 이후 대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와서 우리를 차에 태워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엔 정말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이 일화는 최근 동남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면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8월 기준) 33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8월에는 캄보디아 박람회에 참석하겠다며 출국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사인을 ‘심장마비(고문에 따른 극심한 통증)’로 적시했다. 또 지난달에는 프놈펜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납치돼 고문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외교부는 10일 오후 9시를 기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지역의 여행경보를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외교부는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체류 중인 국민은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직접 초치해 우리 국민 안전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청했다. 외교장관이 직접 초치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조 장관은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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