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 뇌실방핵, 금단 고통 회피의 핵심 부위로 밝혀져

알코올 중독자들이 술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회피 때문이라는 사실이 뇌 과학으로 입증됐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가 쥐 실험을 통해 중독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뇌의 핵심 회로를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데일리를 통해 뇌의 작은 부위인 ‘시상 뇌실방핵'(PVT)이 알코올 중독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부위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며, 금단 증상의 고통을 알코올로 해소하는 학습 과정에서 특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시상 뇌실방액때문에 술을 끊기 어렵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시상 뇌실방액때문에 술을 끊기 어렵다고 한다 / Ai로 생성한 이미지

금단의 고통, 다시 술을 찾게 만드는 악순환

연구팀은 쥐들을 네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금단 증상을 겪은 후 술이 그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을 학습한 쥐들과, 그런 경험이 없는 대조군 세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결과, 첨단 영상 기술로 뇌 전체를 세포 단위로 관찰했을 때 금단 증상 완화를 학습한 쥐들의 시상 뇌실방핵이 현저하게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프리드버트 와이스 스크립스 연구소 교수는 “중독을 끊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이 단순히 쾌감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금단 증상의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헤르미나 네델레스쿠 박사는 “심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중독이 쾌락 추구가 아닌 고통 회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그 학습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이뤄지는지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금단 증상, 생명을 위협할 수도

알코올 금단 증상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음주 후 12시간 후부터 발생하며, 약 48시간 후 최고조에 이른다.

금단 증상에는 떨림, 불면증, 메스꺼움, 구토, 일시적인 환각이나 환상, 불안, 경련, 발작 등이 포함된다. 특히 ‘진전섬망’이라 불리는 알코올 금단성 섬망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증상으로, 국내 연구진은 정량뇌파검사를 통해 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과음한 사람들의 경우 알코올 금단으로 인한 만성 통증이 영구적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알코올 소비량이 많을수록 통증 민감도가 높아지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약물 치료의 가능성과 한계

현재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FDA가 승인한 약물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날트렉손과 아캄프로세이트가 있으며, 이들은 뇌에서 오피오이드, 도파민, 글루타메이트, GABA 등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술에 대한 갈망감을 억제하는 항갈망제다.

날트렉손은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해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감소시키지만, 술을 완전히 끊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감소시키고 과도한 음주를 줄이며, 술 마시는 기간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중 10% 미만만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특히 약물 치료를 받는 사람은 3%도 되지 않는다.

스크립스 연구소는 2024년 3월, 카파 오피오이드 수용체(KOP)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LY2444296이라는 화합물이 동물 실험에서 알코올 의존 사례의 음주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불안장애, 트라우마 치료로 확대 가능성

이번 발견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알코올 중독을 넘어 다양한 정신 장애 치료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뇌의 학습 메커니즘은 불안장애, 공포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여러 장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크립스 연구소는 2024년 3월 별도의 연구를 통해 특정 스트레스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면 PTSD와 알코올 사용 장애가 동반된 경우 음주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네델레스쿠 박사는 “이 연구는 알코올 중독뿐 아니라 사람들을 해로운 악순환에 가두는 다른 장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알코올 중독 실태와 대응

국내에서도 알코올 중독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2024년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을 통해 알코올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 유형에 대한 최신 통계와 서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중독에 대한 통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회로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알코올 중독자의 25% 이상이 알코올성 신경병증을 경험하며, 음주량과 횟수가 증가할수록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추천기사

1. 부여 ‘백제 복식 패션쇼’…중국풍 의상 입고 무대 올라 논란
2. 캄보디아 살인-대치동 마약음료, 같은 중국인이 범인이었다
3. 윤민수 어머니, 이혼한 며느리 등장에 방송에서 한 독한말
4. ‘알쓸신잡’ 김상욱 교수, 중환자실 긴급 입원…“심근경색 직전”
5. 챗GPT에 증상 말했더니, 의사도 몰랐던 혈액암 알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