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장관의 충격 발언, 과학적 근거는?

미국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기에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은 타이레놀 복용 탓에 자폐증 발병률이 두 배 높다”고 주장해 과학계와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내각회의에서 케네디 장관은 “이같은 연구 결과가 2건 있다”며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언했다. 그는 구체적인 연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15년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연구는 Z세대 남아 약 34만3000명을 추적한 결과, 포경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10세 이전 자폐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포경수술에 널리 처방되는 타이레놀 성분 탓에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과학계의 일제히 반박 “인과관계 없다”

타이레놀이 많은 논란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타이레놀 / Ai로 생성된 이미지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찰 연구에서 연관성이 제안될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는 없다”며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자료들은 타이레놀, 포경수술,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케네디가 인용한 연구를 “정말로 끔찍한(truly appalling)” 연구라고 평가했다. 부모의 출산 연령, 자폐증에 대한 인식 증가로 진단이 늘어난 점 등 중요한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아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이 분야 연구들을 검토한 최근 리뷰 결과, 포경수술과 어떠한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 사이에도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하원의원 제럴드 나들러는 동료들에게 케네디의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명백히 비난할 것을 촉구했다. 포경수술이 유대교의 중요한 종교 의식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논란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세…임신 중 타이레놀 논란

타이레놀과 자폐증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계속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즉각 반박했다. “20년 넘는 연구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사이 어떠한 연관성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임신 중 통증과 열을 낮추는 데 안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치료하지 않으면 임산부와 태아에게 심각한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도 “연관성이 없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한국에서도 대한의사협회가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미국 정부 발표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립된 근거가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기존 사용상의 주의사항대로 의사, 약사와 상담 후 복용하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타이레놀, 제대로 알고 복용하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의 주성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중 하나다. 오랫동안 안전성과 효용성이 증명된 약물이지만, 올바른 복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복용 시 주의사항:

최대복용량 이상을 복용하면 심각한 간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술과 함께 복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성 간질환 환자는 글루타티온 저장량이 적을 수 있어 간독성 위험이 높으므로, 하루 최대 허용 용량을 2,000~3,000mg으로 줄여야 할 수 있다.

임신 중 복용:

아세트아미노펜은 태반과 혈액-뇌 장벽을 쉽게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임신 중 대사 변화가 발생하면 임산부와 태아가 독성 영향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 5주~11주는 태아의 신체기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약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며 “전문의와 상담해 약을 선택해야 하며 가임기 여성은 약 복용 전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엄마가 건강해야 태아도 건강하다”는 원칙 아래 “임신 중에도 적절한 약물치료 방법이 있으므로 약 복용을 무조건 기피하기보다 안전한 약 복용법에 대해 바로 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치적 발언 vs 과학적 근거

전문가들은 “임산부는 의사의 조언을 따라야 하며, 정치적인 발언을 따라서는 안 된다”며 “포경수술은 입증된 건강상 이점이 있으며, 결정은 소아과 의사와 상의해야 하고 공포를 조장하는 헤드라인에 기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폐증은 포경수술이나 타이레놀과 같은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계의 공통된 결론이다.

케네디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중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는 정치인의 발언이 아닌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따를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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