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영구 동토층(凍土層)에서 잠자고 있던 석기시대 벌레가 무려 4만6000년 만에 깨어났다.

29일 독일 막스플랑크재단(Max Planck Gesellschaft)에 따르면 테이무라스 쿠르찰리아(Teymuras Kurzchalia)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유전학연구소 박사 등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이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쾰른대 동물학연구소 등이 공동 참여한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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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동토 벌레
PLOS Genetics 홈페이지

이 생물은 앞서 2018년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후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한 결과 마지막 빙하기쯤 휴면에 들어간 선충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종으로 ‘파나그로라이무스 콜리맨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베리아 동토벌레
PLOS Genetics 홈페이지

선충은 동면과 같은 상태를 뜻하는 휴면(cryptobiosis)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발휘하는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다만 휴면을 어떤 분자·생화학적 원리로 진행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동토층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를 보면, 이 벌레들은 후기 플라이스토세(12만6000년~1만1700년 전)부터 줄곧 얼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대에 출현했던 네안데르탈인과 매머드, 검치호 등 고대 생명체들과 섞여 살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을 이끄는 쾰른대 필립 쉬퍼 박사는 “벌레들이 살아난 즉시 번식을 시작했다”며 “실험실에 벌레 배양종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르찰리아 교수도 “우리의 발견은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며 “세대시간(한 개체가 자라서 자식 개체를 번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수일에서 수천 년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네안데르탈인과 시베리아 동토 벌레
EBS 컬렉션-사이언스 유튜브, PLOS Genetics 홈페이지

한편 그동안 2억5000만년 전 단세포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되살아난 경우는 있었지만, 다세포 생명체 가운데서는 이번이 가장 오래된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