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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지방국립대 강세
80년대 의대 강세 본격화

‘SKY서성한중경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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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를 준비할 때 한번쯤 들어본 말이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외대·시립대 앞글자로 만들었다. 소위 인정받는 대학들이다. 예전에도 대학 순위는 ‘서성한중경외시’였을까. 과거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순위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아봤다.

지방국립대가 연고대와 맞먹던 70년대

 1970년대에는 지방 국립대가 ‘명문대’였다. 연고대와 맞먹는다. 나아가 연고대보다 윗줄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가 1977년 12월에 공개한 1978학년도 학교별 예비고사 점수 합격선 평균을 보자. 당시엔 대학에 들어갈 때 먼저 예비고사를 본 뒤 그 점수를 가지고 원하는 대학에 가서 본고사를 봤다. 73년도 입시까지는 예비고사를 통과해야 본고사를 칠 수 있었다. 74년도 입시부터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본고사 두 시험 성적을 반영해 대학에 갔다. 시험은 체력장 20점을 포함해 340점 만점 체제였다. 1위는 서울대(264)였다. 2위는 부산대(245.47)다. 다음은 서강대(241.43)·고려대(241.08)·연세대(235.05)·이화여대(228.2)·충남대(220.6)·전남대(220.05)·전북대(216.8)·경북대(193.1) 순이다. 10개 대학 가운데 5개가 지방 국립대다.

1977년 5월 9일자 동아일보 내용

예비고사 평균 성적이 높은 학과(계열) 순위도 지금 보면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 진학사가 내놓은 1977학년도 자료를 보자. 전기대 기준 문과에서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 사회계열(285.84)이었다. 다음은 연세대 상경대(266.77), 고려대 법과대(264.86)였다. 4등은 한국항공대 항공관리과(260.17), 5등은 부산대 상경계열(258.53)이다. 

이과 상위권은 서울대 의예과(278.52)가 1위,  한국항공대 항공기계과(267.13)가 2위였다. 이어 연세대 의예과(264.21)·경북대 의예과(261.6)·고려대 의예과(259.08) 순이다. 연대 의대보다 항공대 기계공학과가 더 높다. 당시엔 사람들이 항공 기계 공학을 웬만한 의대 이상으로 유망하다고 봤다는 이야기다. 

197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 ‘쎄시봉’에서 송창식 역 배우 조복래, 윤형주 역 배우 강하늘, 오근태 역 배우 정우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좌), 1971년 서울대학교 제 25회 졸업식 장면(우)./영화 ‘쎄시봉’ 네이버 영화 포토, KTV 대한늬우스 ‘대한뉴스 제 817호’ 캡처

2000년대엔 대기업 임원 가운데 지방대 출신이 많았다. 인재들이 서울 대신 고향 근처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뒤 고향 근처 대기업 생산기지에 들어가 실적을 쌓고 20~30년 후 임원 자리까지 올라갔다. 예를 들어 2003년 LG그룹에서 승진한 임원 중에는 지방대 출신이 30%였다. 승진한 117명 임원 중 지방대 출신이 35명이었다. 부산대(13명)·경북대(7명)·영남대(6명) 졸업생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동아대(2명)·전북대·전남대 출신도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시기 현대자동차에서는 승진 임원 79명 중 27명이 부산대·경북대·전남대·전북대·조선대 출신이었다. 대기업 신규 임원 세명 중 한명이 지방대 출신인 셈이다.

80년대엔 ‘2호선 대학’ 등장

85년 1월 5일자 동아일보 “내 점수로 어느대학 갈수 있나 “

“2호선 타고 대학가자.”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서울대·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같은 주요 대학교를 지나가 생긴 말이다. 서울시는 1980년부터 1984년까지 4년에 걸쳐 2호선을 개통했다. 덩달아 2호선이 지나가는 대학교 순위가 올랐다. ‘2호선 대학’이라는 단어가 80년대에 등장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와 서울 시내 8개 사립고교는 1981학년도 예비시험 득점으로 학교 계열별 급수를 나눴다. 1~2급은 모두 서울대였다. 1급은 법대·경영대·사회대, 2급은 치의대·인문대·자연대·공학대·의예대였다. 3급은 연세대 상경대와 의예대, 고려대 법학대고 4급은 가톨릭 의대다. 5급에는 서강대 상경대와 경희대 의대·성균관대 법대가 있다. 부산의대와 경북의대도 5급이다. 6급은 외국어대(외대) 영어학과·한양대 의대와 법대·인제의대·전남의대·경북대 법대와 치의대다. 70년대엔 이공계가 강세였다면 80년대 들어선 의대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90년대부터 ‘서성한중경외시’ 시작

1982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학에 입학하려면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쳐야 했다. 학력고사는 국가가 대학입학 지원자들에게 시행한 시험이다. 필기시험 320점에 체력장 20점을 합해 340점 만점이었다. 이때도 전기대, 후기대를 나눠 뽑았다. 1994년부터 현재 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을 시작했다.

998년 대학생들이 대학 축제를 즐기고 있다./ 대구MBC뉴스 유튜브 채널 캡처

사설입시기관(대성학력개발연구소·종로학력평가연구소·중앙교육진흥연구소)이 1993학년도 대입시험 배치고사를 친 전국 수험생 50여만명 점수를 분석했다. 합격선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였다. 인문계 290~310점, 자연계 295~315점으로 1등이었다. 연세대·고려대·서강대(인문계 260~285점, 자연계 260~300점)가 뒤를 이었다. 사설입시기관은 나머지 대학을 서울 중위권대·하위권대·지방 캠퍼스·지방 중하위권대로 분류했다.

수능 도입 후에도 순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입시전문학원인 대성학원이 분석한 1996학년도 전기대학지원 가능 점수대를 보자. 수능점수 총점은 200점이다. 인문계 경우, 서울대(167~155점)·고려대(158~143점)·연세대(158~143점)가 상위권이었다. 이어 서강대(149~143점)·성균관대(149~135점)·이화여대(149~135점)·중앙대(149~116점)·한양대(147~135점)·경희대(147~135점)·한국외대(147~116점)·서울시립대(147~116점) 순이었다. 그 뒤를 동국대(143~139점)·부산대(143~100점 이상)·경북대(143~100점 이상)·숙명여대·건국대·홍익대(139~116점)가 이었다.

지방거점대학이라 부르는 대학 순위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지원점수대로 본 순위가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 요즘 대학 순위도 먼 훗날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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