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소년’ 백강현(10) 군이 올해 초 서울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백군 측은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싶었다”며 자퇴 배경을 밝혔는데, 이후 같은 학교 한 선배의 학부모로부터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다.

백강현, 서울과고 학부모 메일
백강현 유튜브 채널

백군 아버지 백동기씨는 해당 학부모의 이메일 내용 전문을 공개하고, 사실 학교 내에서 백군이 학교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백군이 어떤 식의 학교폭력을 당했는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도 털어놨다.

  • ◆시작은 백강현이 쓴 자퇴 편지

백군의 자퇴 소식이 전해진 건 19일 유튜브 채널 ‘백강현’에 올라온 5분30초가량의 영상을 통해서다. 백군이 쓴 편지와 직접 작곡한 ‘민들레 홀씨’라는 곡을 담고 있다.

백강현 자퇴 소식 편지
백강현 유튜브 채널

여기에서 백군은 “8월18일부로 서울과학고를 자퇴했다. 엊그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를 닦으며 허둥지둥 수학공식을 암기했다”며 “그러다가 거울 속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어가는 저를 보게 됐다. 갑자기 오랫동안 손 놓았던 작곡도 하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어졌다. 창의적은 활동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아빠에게 ‘저 학교 그만두고 싶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제 얼굴을 찬찬히 보시다가 가만히 안아주셨다”며 “흔쾌히 허락하셨고 그후 초고속으로 자퇴 절차를 밟았다. 저는 이제 제가 좋아하는 작곡도 하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멘사 문제도 만들고, 태권도 학원도 다니면서 수능 준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말미에는 자신의 학교생활을 도와줬던 형들의 이름을 적으며 고마움을 드러냈고 “제가 작곡한 노래 ‘민들레 홀씨’를 서울과학고등학교 모든 형, 누나에게 바친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다. 대학교에서 다시 뵙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서울과고 학부모가 협박 메일 보냈다”

이후 백군의 자퇴 소식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이튿날 백군의 아버지 백동기씨가 추가 영상을 올리고 “치가 떨리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백강현 아빠 글
백강현 유튜브 채널

백씨는 “어제 올린 영상 때문에 서울과고 선배맘으로부터 협박 메일을 받았다”며 “서울과고에서 강현이에게 자행된 일련의 사건들을 가슴에 묻고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으나, 선배맘의 모멸적인 메일을 받고나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강현이가 자퇴 결심을 하게 된, 더 깊은 진실을 공개 해야겠다”며 “어린 강현이에게 가해진 감당하기 힘든 놀림과 비인간적인 학교 폭력에 관해서다. 공개될 내용을 지켜봐 달라. 언론에도 제보하겠다”고 말했다.

  • ◆학부모 “영상 지워라” VS 백군父 “거짓으로 폄하”

백씨는 예고대로 20일 오후 ‘선배맘의 이메일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서울과학고 한 학부모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과 자신이 보낸 답장을 숨김없이 공개했다.

서울과고 학부모 메일
백강현 유튜브 채널

이메일을 쓴 학부모 A씨는 “백강현이 중간고사 전체 과목 중 수학 1문제 밖에 못 풀었다더라” “학교에서 시험도 안 보고 뽑더니, 곧 자퇴하겠구나 싶었다” “서울 영재고 재학생과 졸업생들 이미지를 사실이 아닌 거짓말로 실추 시키는 걸 놔둘 순 없다” 등의 주장을 했다.

중간에는 자신의 자녀를 언급하며 “우리 아이도 17개월 때 말도 못하면서 알파벳 대소문자 다 알았다” “4세 때 사칙연산 스스로 다 할 줄 알았다” “영재원 검사 때 아이큐 150 나왔다” 등의 자랑을 했다. 또 “더 나가서 방송이랑 유튜브 삭제 안 해서 계속 이슈 되면 사실 기사 나갈 것”이라며 “유튜브 삭제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에 백씨는 “이렇게 무례한 메일을 보내시다니, 이 내용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며 A씨가 말한 내용 중 잘못된 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강현이가 정원 외 전형으로 합격한 것은 맞지만 서류와 1교시 시험만으로 합격한 것은 아니다. 똑같이 2~3교시까지 시험을 치렀고 정원 외 20명 학생 중 성적순으로 7명 안에 포함돼 합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간고사 전체과목에서 수학 1문제만 풀었다고 하셨는데, 엉터리 사실로 어린 애기를 그렇게 폄하하니 마음이 편하냐. 뛰어난 점수는 받지 못했지만 모든 과목에서 점수가 골고루 잘 나왔다. 일부는 형들만큼 잘 본 과목도 있다”며 “1문제 밖에 못 풀었다는 소리는 당신 마음의 간절한 바람일 거다. 그리고 기말고사 때는 물리 한 과목 제외하고 엄청난 성적 향상을 보였다”고 했다.

  • ◆ “학폭 시달렸다, 학교 믿고 양보했는데…”

백씨는 답장 과정에서 백군이 겪었던 학교폭력 피해를 언급했다. 그는 “분명히 말해두지만 강현이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 학교를 그만둔 것이 아니다. 심각한 학폭으로 그만두게 된 거다. 경찰 고발직전까지 갔다”며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슈화될 경우 매스컴 등을 통해 사회에 미칠 큰 파장을 고려해 저희가 양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 부부는 학교 측이 어떤 조치를 해 줄 것으로 믿고 경찰 고발과 학폭위 소집을 해제했다. 그러나 이후 학폭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 학교 측의 어떤 배려나 지원도 없었다”며 “믿었던 선생님들에게 가장 실망하고 배신을 느낀 부분이다.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자퇴한 것”이라고 했다.

백강현 아빠 답장
백강현 유튜브 채널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몇몇 서울과고 선배맘들의 악플과 DM에 시달려왔다. 강현이가 자퇴를 한 이 시점까지 하수인 부리듯 이런 메일을 보내야 했냐”며 “강현이의 무엇이 그렇게 눈엣가시였나. 이제는 제발 그만하시라. 당신 원하는대로 아이가 드디어 망가졌으니”라고 말했다.

백씨는 영상을 마무리하며 아들이 당한 학폭 내용과 실질적인 자퇴 이유를 다음 영상을 통해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또 “선배맘의 이메일은 한글자도 수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글 속에 다수의 줄임말과 틀린 맞춤법이 있는 것을 의식한 설명으로 보인다.

  • ◆ “‘X신, 찐따’ 욕설까지…현재 의욕 잃은 상태”

이후 백군의 아버지는 같은 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백군이 당한 학폭 피해에 대해 자세하게 털어놨다. 그는 “동급생 형들과 비교하면 6살 차이가 났고 체격 차이도 컸다. 나이가 어리니까 지식도 부족했다. 처음에는 강현이를 신기하게 보다가 중간고사를 치른 5월 이후부터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했다.

백씨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백군에게 “너 같은 놈이 여기 서울과학고에 온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한다. 또 해당 학교에는 조별 활동이 많은데, 백군이 있는 곳에서 “저놈이 우리 조에 속하면 망한 조다” “(백강현이) 들어오면 한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폭망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강현
백강현 유튜브 채널

백씨는 “조별과제를 할 때도 강현이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아무것도 못 하게 앉혀놓기만 했다고 한다. 한 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이었다. 조별과제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옆에 앉혀놓기만 하니까 강현이가 스마트폰을 보면 나쁜 아이로 만들었다”며 “디씨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 강현이에 대해 ‘저 X신’ ‘바보’ ‘찐따 X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X신 X끼’ 등의 욕설을 올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겉으로는 강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한 것처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말라 있어 영상을 찍을 수가 없었다. 입학할 때 27kg이었던 아이의 체중이 22kg까지 빠졌다”며 “지금은 좀 놀게 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눈동자에 초점도 없고 의욕도 없는 상태다. 정신과도 데리고 가 보고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011년생인 백군은 2016년 생후 41개월 때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당시 측정한 백군의 IQ는 한국형 웩슬러 유아용 지능 검사(K-WPPSI)로 164였고 멘사 기준으로는 204였다.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백군은 2020년 5학년으로 초고속 월반했고 지난해 4월 중학교에 조기입학했다. 그리고 올해 초 서울과학고에 정원 외 입학전형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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