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30대 회사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황당한 결말이다. 

창원지법 형사6단독 김재윤 판사는 19일 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A씨의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내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강남역 화장품 매장에서 칼부림 노노. 엽총 파티 간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이날은 서현역 흉기 난동 바로 다음날이다. 

그는 게시글 열람자와 112 신고자, 강남역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 시민의 신체를 해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33회에 걸쳐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는 게시글에 당시 존재하지 않던 화장품 매장에서 엽총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불특정한 다른 업종 매장 사진을 올려 대상 장소와 사진이 일치하지 않고, 해악 내용이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당시 112 신고자와 게시글 열람자가 다른 지역에 거주해 이들이 A씨가 예고한 날짜에 강남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A씨 행위가 피해자들에 대한 해악을 고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점에 대해서는 “공소 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짚었다. 

이어 “촬영 횟수가 적지 않지만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인 점과 촬영물이 유포됐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