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conomy ‘비싸서 섞어 마셔요’ 위스키, 오픈런 사라진 자리에 하이볼만 남았다.

‘비싸서 섞어 마셔요’ 위스키, 오픈런 사라진 자리에 하이볼만 남았다.

위스키 대중화의 신호일까, 위스키 황금기가 저무는 징조일까.

올해 상반기 위스키 수입 물량이 지난해보다 50% 급증했지만, 위스키 업계가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수입 양은 늘었지만, 평균 수입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진 ‘내실없는 성장’이기 때문이다.

3일 관세청 수입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경우 지난해보다 수입 물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월별 평균 수입 중량은 1864톤이었지만, 올해는 2814톤으로 51%가 뛰었다.

그러나 수입금액은 2065만달러에서 2221만달러로 7% 불어나는 데 그쳤다. 위스키 단가가 급락했다는 의미다.

위스키 수입량이 치솟기 시작한 2021년부터 3년간 1~6월 기준으로 평균을 내보면 위스키 1톤당 평균 단가는 2021년 1만1186달러에서 지난해 1만1072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위스키 대중화의 신호일까, 위스키 황금기가 저무는 징조일까./pexels

그러나 올해는 1톤당 7896달러로 미끄러졌다. 2021년에 비하면 30%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이 고연산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 같은 고가 위스키에서 하이볼용 저가 위스키와 무연산 위스키를 포함한 저가 위스키 시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은 오래 숙성한 고연산(高年産), 고가(高價) 위스키가 장악했다. 올 초까지 주류업계를 달궜던 위스키 오픈런이 증거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위스키에 탄산수와 얼음을 타서 마시는 술 ‘하이볼(highball)’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이볼은 탄산수나 토닉워터에 섞어 가볍게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대체로 고가 위스키를 사용하지 않는다.

위스키 대중화의 신호일까, 위스키 황금기가 저무는 징조일까./pexels

하이볼에 대해서는 정반대 평가가 상존한다. 사치스러운 주류 문화 대명사로 접근성이 낮았던 위스키를 대중화하고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에 맞서 하이볼이 전통적인 위스키 문화를 퇴행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렴한 위스키를 희석해 마시는 하이볼은 개성과 진한 향·맛을 내세우는 위스키 본연의 향유 문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우리나라보다 위스키 문화가 먼저 자리잡은 미국과 일본에서 하이볼은 위스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나왔다.

2000년대 일본 위스키 업계가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위스키에는 ‘나이 든 어른들이 마시는 술’, ‘독한 술’, ‘젊은이들이 가는 술집에는 없는 술’ 같은 단어가 따라 붙었다. 위스키 제조사들은 이런 안 좋은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하이볼 같은 젊고 새로운 음용 방법을 알렸다.

미국 역시 특정 주종에 대한 편견이 적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칵테일 차원에서 하이볼을 강조했다. 위스키 역할을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 설정한 셈이다.

한 전문가는 “다른 나라에서 하이볼은 주류 회사가 주도하는 마케팅을 통해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이전과 다른 주류 문화를 찾는 소비자들이 먼저 하이볼을 찾아 마시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며 “지난 2년 동안 비싼 위스키를 마셨던 소비자 가운데 일부만 남은 것처럼 지금 하이볼을 마시는 소비자들도 1~2년이 지나면 다른 주류를 찾아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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